1.나는 자기연민에 자주 빠진다. 차라리 자아도취였다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한없이 가엾게여겨 아무것도 하지않는 나를 위로하고, 그럴 수 있다며 방관한다. 무엇을 ‘그럴 수 있는’걸까? 내 감정에 대해, 지난 어제에서부터 변태처럼 멱살을 끌고 오늘까지 가져오는 무엇과 그 이유. 그 무엇을 학습된 무기력이라 이해하고 위로하려는 모습. 그리하여 나는 더 나을 수 있었는데,하는 생각에 빠져 머리는 ‘할 수 있었는데’를 반복한다. 과거를 복기하는 척하는 마법의 문장들. “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는 ‘무엇을’이 망각되어있다. 그냥 지금의 내가 가엾고 벅차서 이전을 바라보고, 오늘을 방관한다. 나는 현재를 살고 있고 과거는 전혀 영광스럽지 않음을 알고 있다. 타인의 서사를 나의 서사와 바꿔치기 해 왔음을 깨달을 때가 있다. 잠시 연민에서 빠져 나왔다가도 연민 속이 더 편함을 깨닫고, 가라앉는다. 나는 요즘 전혀 오늘을 살고 있지 않다. 머릿속이 아득해서 내 생각은 무엇인지. 생각이란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곤 한다. 어느 대상이건 집중을 할 수 없다. 빙글빙글 주변을 돈다고 착각하지만, 그저 그런 믿음만 있을 뿐 정처없이 헤매는 것이다. 중요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신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걷지는 않고, 어디를 가야 할 지도 , 생각않고 허허벌판에 앉아있는 내 자신을 그냥 처량히 바라본다.**내 자신을 처량히 바라보는 것만큼 쉽고 시간이 잘 가는 것도 없다. 빠져나오려 노력하는데 무언갈 하는 것보다 연민 속에 가라앉는게 훨씬 편하다는 걸 알아버려서 문제다. 자아도취로 테크 탔으면 더 좋았을지도.2.멍청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멍쳥하게 죽을 것이다. 요즘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내 생각과 의도는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다. 내가 이상하게 말을 하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들킬까봐 두렵다. 나는 지금 의욕이 없는건가? 뭐가 없는거지?3.방황하지마 방황하지마. 어디서 길을 잃는거야. 언제 잃은거야. 여기가 어디야?4.아 난 너무 구려5.원치않는 조언과 나의 표현욕구 사이, 티끌없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으로 나는 이제 어디에 내 마음을 적어야 할 지 모르겠다. 나 혼자만 기록해도 되는데, 소셜 네트워크는 그러라고 있는거잖아6.작품으로 이야기하고 싶지만, 조금 하찮거나 깊이가 덜하달까 멋드러짐이 부족하달까 뻘글로만 올리고 싶은 욕구가 있는걸7.이번 방황은 늘 그렇듯 길다. 온전한 날이 몇날 되질 않아8.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9.조금 더 빠릿하게 움직여야한다. 온 주변에 빨간 불.10.루콜라가 맛있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한창 물을 주고 있던 루콜라를. 애벌레 두마리가. 초토화 시켰다. 단. 한 줄기도 남기지 않았다.아랫층 할머니께서 초토화 된 빈화분을 보시더니, 상추를 심어주시겠다며 화분을 내려보내라셨다. 옥상이 텅비고 있다. 남은 풀들은 잘 사수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