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주행을 굉장히 잘 한다. 어제 새벽까지 코미디를 봤다. 새벽 5시까지는 기억이 있는데, 이후에는 소파에서 잠 든 모양이다. 7시 즈음 침대에 제대로 누웠고 9시 40분에 일어났다. 아침에 산책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아침에 나가기 싫으니 새벽까지 뭘 하는 척 하고 안나갈 변명을 만들었다. 산책보다는 코미디가 더 재미있으니까. 영상을 보는 건 상당히 재미있다. 시간을 영상의 타임라인에 1:1로 할애하여 내용을 따라가고 보여지는 내용에 대해 공감하고 비판하고 분석하고 그런 생각하는 척을 하며 적당히 내 사고력의 존재를 스스로에게 깨닫게 해주고 시간도 잘 간다. 문제는 영상을 '따라가야'지 '추월하거나 거꾸로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눈을 움직이고 있지만, 머리가 멈추고 공허해지는 기분이 있다. 두뇌에 형광등이 연결되어 있고, 가동될 때는 불이 켜지고 또 그 것이 창문처럼 부위별로 뚫려 바깥에서 볼 수 있거나, 여튼 어떻게든 시각화 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아마 새벽 3시반 즈음의 어떤 회사 건물 같을 것이다. 대부분 암전되어 있고, 듬성듬성 불이 켜져 있는. 마음 속에는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었다. 1. 산책하기 2. 주말새 못다한 작업 하기. 하지만 안했다. 둘 다 안했다. 우뇌 깊숙한 곳 어딘가 창백한 푸른 점처럼 작은 죄책감의 점이 찍혀있었다. 나는 그걸 눈 앞에 손바닥으로 가리는 걸 잘한다. 좋아하는 걸까? 내 눈에서 가린다고 사라지지 않는 것을 안다. 점은 시간이 가고 도피의 순간이 즐겁고 길어질 수록 거대해진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법은 바로 원인을 해결해 버리는 것이라는 것 또한 안다. 하지만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스트레스를 당장에 해결해 버리고 새하얀 마음으로 홀가분함을 만끽하는 것은 왜 안하는 것일까? 그것은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점심 약속이 있어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1시 약속이니까 이동시간 고려하면 12시 전에 나가고, 여유있게 준비해서 뭐. 주변도 살피고 식물들에게 물도 주고 뭐. 그런 것을 해야지. - 라는 생각을 정확히 10시 22분부터 하고 있었다. 지금은 11시 2분이다. 10시 30분이 되면 용수철처럼 일어나 씻는 것이다. 아주 쉬운 일인데 문제가 몇 개 있었다. 1.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 왠지 아까운 기분이 든다.-> 뭔가 계획을 세운다던지 고찰을 하던지 여튼 무언가를 조금 하고 해야지. 커피도 마시고. 싶었다. 2. 어제 보던 영상물을 이어 보고 싶었다. 3. 그냥 현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귀찮다. 관성 뭐 그런 어쩌구 단어를 떠올렸지만 그냥 내 머리를 수동에서 능동으로 바꾸기가 싫었다. 글씨를 적는데 시간이 가고 있다. 11시 5분이 되었다. 사실 뭔가 계속 글을 적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별 할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사실 떠오르는 생각이 몇개 있는데, 그걸 정리하고 기록하려면 3시간정도는 걸릴 것이다. 그럼 나는 외출을 못하게 되겠지? 정리하고 싶었던 주제-코미디에 대해 / 창작 개인적인 만족 - 대외적인 인정의 기준 / 이번주는 무엇을 먹을 것인지에 대해 별것도 아니네. 정리도 못할 주제다. 3시간은 무슨 !기록할 때 그림도 몇장올려볼까 생각했다.하는 순간 뭘 그려야 할 지, 앞으로의 톤앤매너를 예상해 나만의 기준을 하나 더 만들 지. 누군가 봐주길 원하며 갖춰야 할 지 고민하다가부담이 되어서 그냥 말았다. 11시 13분 TMI를 나열하고 후회가 조금 된다. 그런 일이 많은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것도 좋아하는 걸까? TMI를 나열하고 나중에 후회하는거, 그것도 좋아하는 일일까? 할일을 미루고 괴로워 하는 것처럼. 지치지 않고 계속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좋아하는 듯.지난 며칠동안 타인과의 대화에서 TMI를 꺼낸 일들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생각났다. 근래의 기억 중 가장 후회되는 것은 작은 팟캐스트에 나가 말 한 2시간이 가장 강력하다. 문장으로 나열하고 싶지만, 이제 정말 나갈 준비를 해야하니까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