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 나는 극도로 불안했고, 불안해서 걱정하느라 아무 시도도 하지 않았다.먹는 것도 자는 것도 불안하고 자격이 없다고 생각되어 최대한 비루하게 챙겼다.그랬더니 너무나도 피곤해서 더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이게 삶인가? 나 지금 살고 있는 거 맞나? 싶어 우선 꿀 잠을 잤다.영양제를 아득바득 챙겨먹고, 의도적으로 컴퓨터 앞을 피했다.집을 정리하고, 겨우내 죽어버린 화분을 비우고, 꽃을 사오고, 청소를 했다.혹시나 싶어 남겨뒀던 정신과 약 뭉치를 노려보다 안녕! 하고 크게 인사한 뒤, 버려버렸다. 와우! 후련하고, 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운동도 하고, 반찬도 많이 만들고, 삼시세끼 꼬박 챙기고, 작업은 우선 미루고, 잠도 자고 그랬다.불안함이 줄어들었는데, 줄어든 불안과 부담감 만큼 책임감 사명감 욕심 따위도 같이 사라져버린것이다.그리하여 나는 지금 멍한 상태이다. 건강해진건 좋고 집도 깨끗하고 잘 챙기는 건 좋은데, 이젠 내가 좀 불안해지는 데.. 하고 덕영은 말했다.나는 그 옆에서 미친 사람처럼 '평화-평화- 마음의 평화- 평화가 제일이지' 되도 안되는 노래를 만들어 주문처럼 읊조리고 있었다.마음의 평화는 중요한데 작업하려면 득달같은 면이 있어야 말이지.지금도 평온하고 텅 빈 머리로 의도적으로 작업파일을 못 보고 있는 중. 이건 진정한 평화인가.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